작은 호기심

라이카에서 출시한 렌즈 이름의 의미

플레야드 2016. 8. 18. 06:05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어떤 교수님들은 내 메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꼭 물어보시곤 했다. 내가 이제껏 만든 ID라고 한다면 초등학교 때 처음 만든 bs- 이후로도 sa-, mi-, ar-, 61-, bd-, bl-, dr- 등 많은 아이디를 만들어 써 왔다. 아무 의미없이 지은 아이디도 있었지만 어른들에게 몇 번 질문받은 이후로는 기왕이면 의미가 있는 아이디를 사용하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개인의 메일에서도 접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듯이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굉장히 영향이 큰 일인 것 같다. 일종의 영구적인 상태메시지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짓거나 받은 이름은 우리를 대표하는 울림이 되고 주변 사람들은 그 울림을 불러서 나를 지칭한다. 이름이 좋지 않은 사람은 바꾸기도 하며 더 좋은 의미를 갖기 위해서 호를 지어달라고 따로 요청하기도 한다. 나의 호는 우강과 현담이다. 다시금 강해지라는 우강과 어진 연못이라는 뜻의 현담인데 내가 이름과는 또 별도로 종종 사용하는 나의 아이덴티티이다.


 예전에 당한 것을 되돌려주는 것일까? 나도 명명된 이름을 보면 자연스레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하게 된 것 같다.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며 아이스브레이킹 하기도 좋았다. 이름 자체와 이름을 부여한 사람에게 표하는 일종의 존중인 것이다. 그 시작이 이름인지, 아니면 이름 외의 것이든지 말이다. 내가 최근에 구입한 카메라 회사, 라이카의 렌즈 이름의 유래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 이유였다.


 라이카는 1960년대 이후로 렌즈 군을 조리개값으로 분류하고 있다.


f/stop

Trademark
f/0.95, f/1 and f/1.2
NOCTILUX
f/1.4
SUMMILUX
f/2
SUMMICRON
f/2.5

SUMMARIT

f/2.8
ELMARIT
f/3.5, f/3.8 and f/4
ELMAR, SUPER-ELMAR
f/4.5
HEKTOR


기왕 알아보기로 마음먹었으니 내가 현재 보유하거나 관심갖게 된 렌즈의 이름에서부터 적어보겠다.

Leica Super Elmar-S 24mm f/3.5 ASPH

Leica Elmarit-S 30mm f/2.8 ASPH

Leica Elmarit-S 30mm f/2.8 ASPH CS

Leica Elmarit-S 45mm f/2.8 ASPH


1. LEICA: Leitz Camera

재미있게도 원래는 LECA(!!!)로 이름지으려 했는데 프랑스에 비슷한 이름의 회사가 있어서 LEICA로 지었다고 한다.


2. ELMAR: Ernst Lieca(Leica) & Prof. Max Berek

1925년 50mm f/3.5 Elmax 렌즈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ELMAX는 원래 렌즈의 디자이너인 Ernst Lieca와 교수 Max Berek의 이름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후 Elmar 렌즈가 덜 복잡하게 더 저렴하게 출시되면서 Elmax는 단종되었다.


3. ASPH: 비구면 렌즈

구면렌즈가 돌려깎아서 만든다면 비구면렌즈는 손으로 깎거나 틀에 넣어서 굳히거나 틀에 압력을 가해 통과시켜 만든다. 효과는 구면렌즈에 비해서 상의 왜곡이 덜 일어난다고 한다.


Leica Elmarit-S 45mm f/2.8 ASPH CS

Leica TS-APO-Elmar-S 120mm f/5.6 ASPH

Leica APO-Tele-Elmar-S 180mm f/3.5

Leica APO-Tele-Elmar-S 180mm f/3.5 CS

Leica Vario-Elmar-S 30-90mm f/3.5-5.6 ASPH


4. Elmarit: Elmar가 잘 나간 이후에 이름을 이어받아 Elmarit이라 하였다.


5. CS: Central Shutter

Leica S system camera의 FPS, focal plane shutter와 병용하여 1/1000초 플래시 동조 촬영이 가능하다.


Leica Summarit-S 35mm f/2.5 ASPH

Leica Summarit-S 35mm f/2.5 ASPH CS

Leica Summarit-S 70mm f/2.5 ASPH

Leica Summarit-S 70mm f/2.5 ASPH CS

Leica Summicron-S 100mm f/2 ASPH

Leica APO-Macro-Summarit-S 120mm f/2.5

Leica APO-Macro-Summarit-S 120mm f/2.5 CS


6. Summarit: Summar 자체의 뜻이 확실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라틴어 summa 또는 정상이란 뜻의 summit이라 추측됨.

(은어로서의 summar도 있긴 하지만 절대로 아닐거다)

Summarit 렌즈는 Summar의 계보에 들어있는데, 맨 처음 1933년 Summar 렌즈를 필두로 Summitar, Summarex, Summaron, Summarit, Summicron, Summilux로 이루어진다. 딱히 접미사 -it이 별 뜻이 없는 것은 Elmarit에서도 보았다.


7. Hektor: 애완견

Leitz와 함께 일하던 Dr. Max Berek은 애완견인 Hektor와 Rex가 있었고 두 이름 모두 렌즈의 이름에 올랐다! 각각 Hektor와 Summarex이다. 보통 낮은 등급의 렌즈에 붙였다고 한다...?


8. Summicron: Summi + 색을 나타내는 chroma에서 나오는 cron / 왕관을 나타내는 crown에서 나오는 cron

왠 왕관이 나오나 했더니 처음에 렌즈를 만들 때 영국의 Chance Brothers가 만든 Crown glass를 이용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 이후 Leitz가 사들였다. 초판 왕관명...이 아니라 렌즈명은 Summikron이었다는 것도 Krone이 독일어로 Crown이란 뜻이므로 가능성이 있다.

9. APO: Apochromatic; 색수차 및 구면수차를 없앰.

색수차가 많으면 빛이 퍼지게 되어 그것을 바로잡은 렌즈.


10: MACRO: makros


11: TELE: 망원


12: VARIO: 줌


13: Noctilux: nocturnus + lux

실제로 이 계열의 렌즈는 야간촬영에 매우 강력하다고 한다.


14. Summilux: Summit + lux

13번과 함께 생각해보니 lux가 붙은 렌즈들은 집광 능력이 뛰어난가보다. 글쎄, f1.4를 뛰어나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가보다.


15. TS: tilt/shift lens; 아 어렵네 렌즈가 좌우로, 위로 움직여서 왜곡을 줄여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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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아보고 나니 나도 위대한 발견을 하거나 이름붙일 상황이 생기면 널리널리 사용될 생각을 하며 멋있게 이름붙이기 위해 고민할 것 같다.


ㅎㅎ 그런 상황이 언젠가 생기면 기분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