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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병

(17.03.18 정선가는 정선아리랑열차에서) 일침병이라는 말을 굳이 풀어쓴다면, 내가 느낀 불편함의 기제부터 설명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커뮤니티의 소통 구조는 대부분 게시물과 그에 달린 댓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게시물은 음악이나 사진 등으로 굵은 줄기의 주제를 제시해주는 굵직한 맛이 있으며 댓글은 그렇게 제시된 주제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이차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시물과는 다른 맛이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꽤 많이 접속하는 나는 게시물에 더하여 댓글까지 한 차례 읽어봐야지만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게시물에 의해 제시된 토픽에 대한 (커뮤니티 접속자로 제한되지만 어쨌든) 대중들의 이차적인 의견들을 읽었다는 느낌에 충만함을 느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을 때엔 ..

이전글 2017.03.19

인사

대학을 다닌지 6년이 되어간다. 이렇게 오랫동안 다니다보니 요즘 캠퍼스에서 후배들에게 인사를 많이 받는다. 내가 많은 선배에게 인사를 해 왔듯이 많은 후배들도 나란 선배에게 인사를 건네온다. 인사를 안한다고 화내는 선배들도 있었지만 다행이 나는 후배들이 인사를 안한다는 것만으로는 화가 나지 않는다. 다만 나와 같은 지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같은 대학생인 후배가 먼저 고개숙이고 예를 갖춰준다는 것이, 설령 그 동기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나중에 잘 보일 목적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고마울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게 인사를 해 주는 여러 후배들에게 허리숙여 인사한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선배들에게 배웠듯 정성들여 말이다. 나중에 내가 건넸던, 선배치고는 정중한 인사를 받은 후..

이전글 2016.10.17

본말전도에 대하여

근본과 그 곁가지가 뒤바꼈다는 말이다. 근데 사람마다 근본으로 두는 것이 다르며 그 이유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 별로 동일한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마치 성격장애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문제 느끼는 것 없이 편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것이 질병인가?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그게 무엇이든 간) 어떤 가치가 근본으로서 가장 중요한데 무엇이 문제인가? 라고 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돈이 많은 가치를 앞지르고 근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를 굳이 풀어서 얘기한 것일까? 당연히 추구해야 마땅한 가치 중 하나이며 또 있는 만큼 사회생활이 많이 용이해지는 가치이다. 마치 윤활유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자면 중고거래가 있겠다. 내가 좋은 기..

이전글 2016.08.18

습관 형성에 대하여

가끔 난 스스로에게 불만을 느끼며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변화를 원한다면 우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식한 후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식을 통한 행동 수정으로써 문제가 (말이나 글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아진 생각이 올바른 행동으로 소화되지 못하는 편이다. 막 솟아오른 용 모양의 싱싱한 아이디어가 행동을 시작할 무렵 이무기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뱀 꼬리가 되어 사라지는 식이다. 행동이 끊기고 생각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내 안에 묵어있는 원대한 생각 돌이켜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21일 동안 어떤 일을 꾸준히 하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Dr. Maxwell Maltz가 1960년대에 저술한 ‘Ps..

이전글 201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