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 스스로에게 불만을 느끼며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변화를 원한다면 우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식한 후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식을 통한 행동 수정으로써 문제가 (말이나 글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아진 생각이 올바른 행동으로 소화되지 못하는 편이다. 막 솟아오른 용 모양의 싱싱한 아이디어가 행동을 시작할 무렵 이무기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뱀 꼬리가 되어 사라지는 식이다. 행동이 끊기고 생각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내 안에 묵어있는 원대한 생각 돌이켜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21일 동안 어떤 일을 꾸준히 하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Dr. Maxwell Maltz가 1960년대에 저술한 ‘Psychocybernetics’에 실린 ‘self-image에 지각할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최소 21일이 필요하다’는 문구과 ‘self-image와 습관은 동반되는 경향이 있으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변화시킨다’는 문구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사실이다.
실제로 습관형성의 기간을 알아보고자 한 실험이 진행된 적 있다. (Lally, van Jaarsveld, Potts, & Wardle, 2010)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건강증진을 위한 식이습관이나 특정 행동(물마시기 등)을 매일 하는 활동(식사 후)과 연관시켜 반복하였으며 얼마나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점수를 매겨서 평가하였다. 18일부터 254일까지 다양했으며 평균적으로 66일이 소요되었다. 이상은 실험결과이며 맹신할 수는 없으나 Forbes에서 습관형성의 과정을 따로 다루어 정리하였다. Honeymoon → Fight thru → Second nature의 순서로 제2의 천성이 만들어진다.
제 1기에는 막 시작한 행동이 “꽤 쉽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번 달 22일부터 25일까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이 간단한 줄 알았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곧 끝나며 곧 현실이 부닥친다. 제 1기는 매력적인 무언가에 이끌려 고취되어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마음먹은 지 수 일(예를 들면 4일)동안 지속된다.
제 2기가 되면 고취감은 사라지고 현실이 밀려온다. 이 때 새로운 행동과 묵은 행동이 서로 충돌하는데 다음 순서인 제2의 천성으로 넘어가려면 제 2기의 두, 세 번째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1) 첫째로 현실의 벽이 느껴지면 스스로 응당 다가올 시련을 맞이했음을 깨닫고, 더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되뇐다. 2) 둘째로 감정을 구체화한다. “새 행동을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와 “새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질문을 이용해서 기분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현실을 극복하는 감정은 긍정적으로, 반대로 현실에 져버리는 감정은 부정적으로 떠올린다. 3) 마지막으로 위 두 방법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면 행동변화에 실패했을 때 5년 후 나의 삶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행동하지 않음으로 이룩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솔직히 떠올려본다.
제 3기로 접어들면 궤도에 오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제 2기로 돌려지는 세 가지 방해요소가 있다. 우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1) 전혀 효과가 없다며 낙담할 수 있으며, 2) 생활여건으로 행동패턴이 변할 수 있으며, 3) 성공에 심취해서 이제껏 이뤄왔던 노력들을 저평가해버릴 수 있다.
재차 느끼지만 66일은 짧기도 길기도 한 시간이다. 습관형성의 핵심이 이성과 감정을 이용한 목표의 구체화인 점을 보았을 때 저 66일이라는 숫자도 구체화를 돕는 장치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