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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전도에 대하여

플레야드 2016. 8. 18. 22:05

  근본과 그 곁가지가 뒤바꼈다는 말이다. 근데 사람마다 근본으로 두는 것이 다르며 그 이유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 별로 동일한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마치 성격장애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문제 느끼는 것 없이 편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것이 질병인가?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그게 무엇이든 간) 어떤 가치가 근본으로서 가장 중요한데 무엇이 문제인가? 라고 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돈이 많은 가치를 앞지르고 근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를 굳이 풀어서 얘기한 것일까? 당연히 추구해야 마땅한 가치 중 하나이며 또 있는 만큼 사회생활이 많이 용이해지는 가치이다. 마치 윤활유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자면 중고거래가 있겠다. 내가 좋은 기억을 갖고 사용하던 물건이 있다고 치자. 나는 이 물건이 더 이상 필요하게 되지 않았으니 남에게도 이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마음이 근본이 될 수는 없는걸까? 나부터도 보통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하는 생각이 남에게 제공하려는 생각보다는 활용도가 줄어든 물건을 돈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다. 물건의 본연의 가치는 돈으로 너무도 쉽게 바뀌어버린다. 그 외에도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되파는 행위만으로도 용돈벌이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물건의 기능은 부차적인 것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는 알고 있는 유통경로를 모르는 사람에게 비싸게 되팔아서 차익을 얻는 것 뿐이다.


  또 보통 일에 대한 댓가로 받는 급여에 관련해서도 많은 가치가 열화된다. 너무도 많은 형태의 급여가 존재하므로 당장 아르바이트에 대해서만 적어본다. 당장 급여를 주는 사람은 급여를 단위 시간 매출에서 단위 시간 분만큼 빠져나가는 돈으로 쉽게 인식한다. 급여는 사람이 일하는 데에 대한 댓가이며 이 가치는 보통 근무한 시간으로 압축되어 생각된다. 그 외 일의 신체적/정신적 강도,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 일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차이는 흔히 가치절하된다. 심각한 것은 급여를 받는 사람이 자기의 가치가 적게 받는 급여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자기비하를 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 있는 퀭한 청춘들에게 분개해선 안되는 것이다. 올바른 대우를 받을 때 그들도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볼까. 미국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간간히 듣는 소식만으로도 받는 강한 느낌이 있다. 사람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굉장히 높게 잡는다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 빠르다거나, 사람의 노동이 개입되는 곳에 팁을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거나, 그래서 그런지 택배비가 굉장히 비싸고... 오래 걸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려나. 미국을 숭상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부 맥도날드 주방 안에서는 미국에서 벌이를 할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최저 임금 이하로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한국이라고 알바하는 젊음을 존중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며, 미국이라고 알바수N명=시급*N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없겠는가?


  의사가 된다는 것은 어떨까?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나 의사가 반드시 매우 많은 돈벌이를 해야 하는가? 아니, 뭐 당연히 많으면 좋은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솔직히 현재 인기있는 지원 과가 편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과들로 몰려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개탄해 마땅할 일이다. 돈을 많이 벌고 편하게 시간이 남아 돈을 쓸 시간까지 확보가 되는 그런 닥터라이프가 우선가치로 숭배되면서, 위의 알바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과들의 의사들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후배에게 당신들의 과를 지원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의대에 수능을 잘 보아서 들어온 내가 그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이제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현재 내 성적이 좋지 않음에 대한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기왕 이 길에 서 있으니 말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편하게 잘 벌어먹는 전문직이어서 자녀를 의대로 보내려고 하는 부모님은 이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합니다.


  몇년 전 아직 어릴 때에는 아예 그런 부모는 자격이 없다고 짖어댄 적이 있었지만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에 대한 회피 심리로 공무원과 전문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생각하노라면 아마도 부모님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면서 그만두라고는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사실 이렇게 돈이 횡횡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의견이 그럼 어쩌라고? 이다. 사실 가장 현실적인 반응인 것이 사회가 횡횡한 가운데 우리만 수도자나 성인군자가 될 것도 아니고 무얼 어떡해야 하겠는가? 혹자는 생활고와 빚의 연쇄로 인해 죽지못해 산다고도 하고 참 사람이 모여 사회가 될지언대 사회가 많이 어려운 것 같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중학교 사회시간에도 배운 사실이다. 이 이윤추구가 더 영리하고 기발하다 못해 교활하게 까지 활개를 쳐서 돈으로 돈 놀이를 하고, 로비를 해서 정책을 바꾸는 등 정치와 adhesive하게 되어 있고 CEO나 최상위권 기업인에게는 원래 그가 마땅히 받을 만 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몰아주고, 세계 200위였나 400위 까지 부자의 재산 총합이 세계 총 부의 절반이 넘는다고도 하고.


  누가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완성형은 공산주의라고 했었는데 그게 사람의 욕심 때문에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도 했고, 몇몇 나라에서도 공산주의는 거의 다단계 착취구조로 연명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모양이 된 것도 사람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이 욕심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돌리는 동인이 되기도 하면서 판을 매우 재미없게 만드는 저 꼭대기의 욕심쟁이들도 있는 것이다. 사람의 욕심을 배제시켜서는 성공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욕심을 존속시키며 사회를 굴리려면 그를 규제하기 위한 제동장치인 정부가 있어야 할지언대 지금 정부는 기업의 욕심을 멈추기는 커녕 하이패스를 만들어 놓았으니!


  아 머리아프다. 내 한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적겠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내가 본질을 되찾기 위한 최소한의 발버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본말전도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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